5만전자와 십상시 그리고 뉴삼성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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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이더 작성일24-10-18 02:19 조회2회 댓글0건본문
4월 총선보다 더 큰 격차로 져 더불어민주당은 16일 치러진 전남 영광군수곡성군수 재선거에서 승리하며 텃밭을 지켰습니다.
하지만 승리를 기대했던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하자 민주당에선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흘렀습니다. 민주당 김경지 금정구청장 후보가 38. 96 득표율로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에게 22. 07 포인트 격차로 참패하면서다. 민주당은 이번 금정구청장 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정권 재심판을 내걸어 조국혁신당과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켰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건희 여사 논란 등 국민의힘에 악재가 이어졌지만 국민의힘민주당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지난 4월 총선 때보다 더 벌어졌습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17일 금정구청장 선거를 계기로 부산 교두보 마련을 기대했는데 당혹스럽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표도 주변에 이렇게 큰 격차로 질 줄은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산 금정구는 부산에서도 상대적으로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지역으로 꼽혀 선거전 초반부터 민주당에선 이기긴 어려울 것이란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 증폭되면서 민주당에선 해볼 만하다는 기대도 나왔습니다. 특히 민주당은 조국혁신당과 여론조사를 통해 김경지 후보를 단일 후보로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선거전 막판 명태균씨가 과거 김 여사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해 논란이 커지면서 민주당 일부 인사들에게선 김 후보 승리를 점치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민주당 비공개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접전이라는 결과가 여러 차례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김경지 후보가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를 이긴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친야 성향 유튜버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업체 여론조사꽃이 지난 1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 지지율은 40. 9 로 윤 후보 를 오차 범위 안에서 앞섰습니다. 김씨는 유튜브 방송에서 부산 지역 특징을 감안하면 초박빙이라고 했습니다. 여론조사꽃이 지난 4일 지난달 27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조국혁신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금정구 투표함을 열어 보니 국민의힘민주당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22.
07 포인트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총선 때 두 당 후보 득표율 격차 보다 10 포인트 가까이 더 벌어진 수치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선거 결과는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겠지만 전통적으로 여당 강세인 지역은 그대로 여당 강세가 나타났다고 했습니다. 이번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선전해 부산 지역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구상이 무산된 데 대한 실망감을 나타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습니다.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은 부산 지역 개 선거구 중 1곳에서만 승리했고 국민의힘이 17석을 휩쓸었습니다. 여권에 악재가 될 수 있는 이슈가 여러 건 불거진 가운데 치른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자 당내에선 공개적으로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김부겸 전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부족했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참담한 실정에도 부산 시민들께 믿음을 드리지 못했다며 우리 민주당 더 겸손해지겠다. 국회 다수당에 정쟁보다는 국민의 삶이 우선이어야 합니다.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을 가겠다고 했습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영남 지역 득표력을 높여야 한다며 이번 금정구청장 선거는 현 민주당의 영남 확장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특검법안과 고위공직자 탄핵을 밀어붙이면서 영남권 유권자들의 반감을 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한동훈 대표가 김 여사 리스크 해소를 언급하며 용산과 분리 전략을 썼던 반면 민주당은 정권 심판론만 내세워 부산 선거에선 한계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표는 이날 강원도 평창을 방문해 배추값 안정화를 위한 현장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이 대표는 농작물 수입허가권 을 해당 작물 재배조합에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관련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전병역 경제에디터2009년 늦가을 마침내 애플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해 삼성의 혼쭐을 빼놨다. 2010년엔 지펠 냉장고가 돌연 폭발해 사상 최대 21만대 리콜에 나섰습니다. 그즈음 반도체공장 산재를 다룬 반올림 갈등도 불거졌습니다. 2년여 만에 다시 삼성을 맡았을 때는 불산가스 누출로 하청노동자가 숨졌습니다.
또 2년여 만에 돌아온 2016년엔 갤럭시노트7 폭발까지. 모두 삼성 출입기자로서 겪은 일들입니다. 돌이켜보니 삼성이랑 참 연이 질기다. 사실 삼성에 위기 아니었던 적이 없습니다.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성패를 갈랐을 뿐. 이건희 회장 생전인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이 연말에 사면복권을 단행했습니다. 곧 떡값검사 뇌물공여 X파일 사건 등으로 물러난 이 회장의 경영복귀 신호였습니다. 시민사회의 비판이 들끓었습니다. 다만 난 좀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의 복귀는 일면 타당하다는 메시지를 냉정히 담았습니다. 이유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아닙니다. 바로 아이폰 3GS다. 직전까지 LG 초콜릿폰과 함께 연아의 햅틱으로 저 거대한 항공모함 노키아를 반쯤 격침시킨 삼성은 기세등등했습니다. 사실은 코앞에 빙산이 다가왔는데도 말입니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반파당해 침몰 직전 상태였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진두지휘가 없었더라면 홍길동폰 이란 수모까지 견뎌 지금의 갤럭시폰은 되지 못했을 거다. 1995년 삼성 구미사업장에서 애니콜 등 불량품 15만대를 전량 폐기한 화형식 정도의 결기가 때론 필요합니다. 아니면 단기성과에 급급한 월급쟁이 사장과 다를 게 뭔가. 애니콜부터 지펠 갤노트 불산 반올림과 최근 반도체 논란까지 관통하는 공통분모는 뭘까.
바로 원칙 내지 기본기다. 그걸 지키지 않은 채 누적됐을 때 끝내 곪아 터지기 마련입니다. 일산 미용실 이건 마누라랑 자식까지 다 바꾸더라도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할 철칙입니다. 요사이 삼성 반도체 위기설이 파다합니다. 그러나 외부인은 파운드리가 어떻고 HBM이 저떻고는 대충 퍼즐만 맞춰보는 정도지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기자들은 종종 청와대 국정원은 취재 가능해도 삼성의 내막은 알아낼 수 없다고들 합니다. 어쨌거나 세상 사람들이 삼성은 위기라고 떠드는 거야말로 적어도 위기의 전조다. 우리의 제일주의 삼성이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과연 3세 경영세습에 정력을 허비해서일까. 근래 파운드리 HBM 문제를 아우르는 특징이 있습니다. 두 사업에서 삼성이 보기 드물게 을이란 사실입니다. 삼성도 더러 을인 분야는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선 보통 갑 같은 을이라 부른다. 그러나 파운드리와 HBM에선 고객사 입맛에 맞춰줘야 하는 찐을을 겪는 중입니다. 삼성에는 도전거리다. 이건희 회장 체제에선 월화수목금금금 근무를 자랑처럼 여겼습니다. 양의 축적을 통한 질적 변화를 추구하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이 먹혔다. 이제 그이의 유훈인 창조경영은 예전과는 완전 다른 방식을 요합니다. 단지 호칭직급 파괴 출퇴근복장 자율화 정도로는 담보하지 못합니다.
그간의 조직문화를 갈아엎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현장기자 때 애플구글과 비교하며 삼성을 그토록 비판했지만 돌아보니 과욕이었습니다. 세계를 호령하는 미국의 빅테크 M7은 그냥 나온 게 아닙니다. 히피문화에 기반한 자유와 창의 위에 비로소 꽃피우고 열매 맺은 것들입니다. 최근 여기저기서 전현직 삼성 반도체맨의 심경 토로가 이어집니다. 예컨대 D램 메모리 성공 경험을 잣대로 상명하복식으로 너무 세세한 부분에 책임을 따지니 일을 못하겠다는 원성이 들립니다. 타사나 해외로 간 이들은 개발을 마음 놓고 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도 합니다. 이재용 회장은 주위를 조용히 물린 채 전직 삼성맨들을 만나 날것 그대로의 쓴소리부터 들어보고 실마리를 찾길 바란다. 특히 곁에 노회한 십상시가 있다면 과감히 내쳐야 합니다. 걱정 마십시오. 전문가인 제가 다 알아서 잘 챙기고 있습니다 따위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선 안 됩니다. 연말 인사 때 읍참마속 심정으로 임원은 100 제로베이스로 재세팅해야 할 것입니다. 최고수뇌부의 용단까지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이미 이재용 회장은 2020년 5월 뉴삼성을 선언하며 4세 경영승계는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앞뒤 잴 것도 없습니다. 젊은 직원을 믿고 더 과감한 세대교체를 내보여야 할 때다. 이 보잘것없는 땅에서 우리가 가진 건 인재뿐입니다. 삼성전자 핵심 인력이 미국 대만 일본 등지로 빠져나간다면 내일은 더 흐리고 폭풍우마저 몰아칠 것입니다.
하지만 승리를 기대했던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하자 민주당에선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흘렀습니다. 민주당 김경지 금정구청장 후보가 38. 96 득표율로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에게 22. 07 포인트 격차로 참패하면서다. 민주당은 이번 금정구청장 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정권 재심판을 내걸어 조국혁신당과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켰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건희 여사 논란 등 국민의힘에 악재가 이어졌지만 국민의힘민주당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지난 4월 총선 때보다 더 벌어졌습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17일 금정구청장 선거를 계기로 부산 교두보 마련을 기대했는데 당혹스럽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표도 주변에 이렇게 큰 격차로 질 줄은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산 금정구는 부산에서도 상대적으로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지역으로 꼽혀 선거전 초반부터 민주당에선 이기긴 어려울 것이란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 증폭되면서 민주당에선 해볼 만하다는 기대도 나왔습니다. 특히 민주당은 조국혁신당과 여론조사를 통해 김경지 후보를 단일 후보로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선거전 막판 명태균씨가 과거 김 여사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해 논란이 커지면서 민주당 일부 인사들에게선 김 후보 승리를 점치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민주당 비공개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접전이라는 결과가 여러 차례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김경지 후보가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를 이긴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친야 성향 유튜버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업체 여론조사꽃이 지난 1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 지지율은 40. 9 로 윤 후보 를 오차 범위 안에서 앞섰습니다. 김씨는 유튜브 방송에서 부산 지역 특징을 감안하면 초박빙이라고 했습니다. 여론조사꽃이 지난 4일 지난달 27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조국혁신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금정구 투표함을 열어 보니 국민의힘민주당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22.
07 포인트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총선 때 두 당 후보 득표율 격차 보다 10 포인트 가까이 더 벌어진 수치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선거 결과는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겠지만 전통적으로 여당 강세인 지역은 그대로 여당 강세가 나타났다고 했습니다. 이번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선전해 부산 지역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구상이 무산된 데 대한 실망감을 나타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습니다.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은 부산 지역 개 선거구 중 1곳에서만 승리했고 국민의힘이 17석을 휩쓸었습니다. 여권에 악재가 될 수 있는 이슈가 여러 건 불거진 가운데 치른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자 당내에선 공개적으로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김부겸 전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부족했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참담한 실정에도 부산 시민들께 믿음을 드리지 못했다며 우리 민주당 더 겸손해지겠다. 국회 다수당에 정쟁보다는 국민의 삶이 우선이어야 합니다.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을 가겠다고 했습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영남 지역 득표력을 높여야 한다며 이번 금정구청장 선거는 현 민주당의 영남 확장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특검법안과 고위공직자 탄핵을 밀어붙이면서 영남권 유권자들의 반감을 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한동훈 대표가 김 여사 리스크 해소를 언급하며 용산과 분리 전략을 썼던 반면 민주당은 정권 심판론만 내세워 부산 선거에선 한계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표는 이날 강원도 평창을 방문해 배추값 안정화를 위한 현장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이 대표는 농작물 수입허가권 을 해당 작물 재배조합에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관련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전병역 경제에디터2009년 늦가을 마침내 애플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해 삼성의 혼쭐을 빼놨다. 2010년엔 지펠 냉장고가 돌연 폭발해 사상 최대 21만대 리콜에 나섰습니다. 그즈음 반도체공장 산재를 다룬 반올림 갈등도 불거졌습니다. 2년여 만에 다시 삼성을 맡았을 때는 불산가스 누출로 하청노동자가 숨졌습니다.
또 2년여 만에 돌아온 2016년엔 갤럭시노트7 폭발까지. 모두 삼성 출입기자로서 겪은 일들입니다. 돌이켜보니 삼성이랑 참 연이 질기다. 사실 삼성에 위기 아니었던 적이 없습니다.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성패를 갈랐을 뿐. 이건희 회장 생전인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이 연말에 사면복권을 단행했습니다. 곧 떡값검사 뇌물공여 X파일 사건 등으로 물러난 이 회장의 경영복귀 신호였습니다. 시민사회의 비판이 들끓었습니다. 다만 난 좀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의 복귀는 일면 타당하다는 메시지를 냉정히 담았습니다. 이유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아닙니다. 바로 아이폰 3GS다. 직전까지 LG 초콜릿폰과 함께 연아의 햅틱으로 저 거대한 항공모함 노키아를 반쯤 격침시킨 삼성은 기세등등했습니다. 사실은 코앞에 빙산이 다가왔는데도 말입니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반파당해 침몰 직전 상태였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진두지휘가 없었더라면 홍길동폰 이란 수모까지 견뎌 지금의 갤럭시폰은 되지 못했을 거다. 1995년 삼성 구미사업장에서 애니콜 등 불량품 15만대를 전량 폐기한 화형식 정도의 결기가 때론 필요합니다. 아니면 단기성과에 급급한 월급쟁이 사장과 다를 게 뭔가. 애니콜부터 지펠 갤노트 불산 반올림과 최근 반도체 논란까지 관통하는 공통분모는 뭘까.
바로 원칙 내지 기본기다. 그걸 지키지 않은 채 누적됐을 때 끝내 곪아 터지기 마련입니다. 일산 미용실 이건 마누라랑 자식까지 다 바꾸더라도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할 철칙입니다. 요사이 삼성 반도체 위기설이 파다합니다. 그러나 외부인은 파운드리가 어떻고 HBM이 저떻고는 대충 퍼즐만 맞춰보는 정도지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기자들은 종종 청와대 국정원은 취재 가능해도 삼성의 내막은 알아낼 수 없다고들 합니다. 어쨌거나 세상 사람들이 삼성은 위기라고 떠드는 거야말로 적어도 위기의 전조다. 우리의 제일주의 삼성이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과연 3세 경영세습에 정력을 허비해서일까. 근래 파운드리 HBM 문제를 아우르는 특징이 있습니다. 두 사업에서 삼성이 보기 드물게 을이란 사실입니다. 삼성도 더러 을인 분야는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선 보통 갑 같은 을이라 부른다. 그러나 파운드리와 HBM에선 고객사 입맛에 맞춰줘야 하는 찐을을 겪는 중입니다. 삼성에는 도전거리다. 이건희 회장 체제에선 월화수목금금금 근무를 자랑처럼 여겼습니다. 양의 축적을 통한 질적 변화를 추구하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이 먹혔다. 이제 그이의 유훈인 창조경영은 예전과는 완전 다른 방식을 요합니다. 단지 호칭직급 파괴 출퇴근복장 자율화 정도로는 담보하지 못합니다.
그간의 조직문화를 갈아엎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현장기자 때 애플구글과 비교하며 삼성을 그토록 비판했지만 돌아보니 과욕이었습니다. 세계를 호령하는 미국의 빅테크 M7은 그냥 나온 게 아닙니다. 히피문화에 기반한 자유와 창의 위에 비로소 꽃피우고 열매 맺은 것들입니다. 최근 여기저기서 전현직 삼성 반도체맨의 심경 토로가 이어집니다. 예컨대 D램 메모리 성공 경험을 잣대로 상명하복식으로 너무 세세한 부분에 책임을 따지니 일을 못하겠다는 원성이 들립니다. 타사나 해외로 간 이들은 개발을 마음 놓고 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도 합니다. 이재용 회장은 주위를 조용히 물린 채 전직 삼성맨들을 만나 날것 그대로의 쓴소리부터 들어보고 실마리를 찾길 바란다. 특히 곁에 노회한 십상시가 있다면 과감히 내쳐야 합니다. 걱정 마십시오. 전문가인 제가 다 알아서 잘 챙기고 있습니다 따위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선 안 됩니다. 연말 인사 때 읍참마속 심정으로 임원은 100 제로베이스로 재세팅해야 할 것입니다. 최고수뇌부의 용단까지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이미 이재용 회장은 2020년 5월 뉴삼성을 선언하며 4세 경영승계는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앞뒤 잴 것도 없습니다. 젊은 직원을 믿고 더 과감한 세대교체를 내보여야 할 때다. 이 보잘것없는 땅에서 우리가 가진 건 인재뿐입니다. 삼성전자 핵심 인력이 미국 대만 일본 등지로 빠져나간다면 내일은 더 흐리고 폭풍우마저 몰아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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